잉크의 농담과 종이의 결에 따라 물 섞인 잉크가 퍼지기도 하고, 어느 한 군데로 모여 맺히기도 합니다.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'나무 같이 생긴 형태'이지만, 흐르는 물감의 자연스러움이 있기에, 그려진 형상의 매력도가 올라갑니다.
-- 우리의 인생도 그럴까요?
내 의지와 노력에, 적당한 삶의 우연들이 섞이고
그 섞임을 애써 바꾸기보다는, 바라볼 때
결과가 어떠하든.
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?
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.
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어요. 공기 중에 남아있는 습기 때문에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창밖이 보얗습니다. 오늘 등원 길에는 비가 오는 걸 생각해서, 평소보다 유치원 가까이에 차를 세웠어요. 차 문을 닫고, 아이와 함께 몇 걸음이면 닿을 유치원 문을 향해 후다닥 뛰어갑니다. 마침 친구가 먼저 도착을 해서 신발을 벗고 있어요. 친구 옆에 나란히 앉고
